"코로나19로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아 쉬다가, 배달이 힘들지만 돈벌이가 된다며 올해 3월부터 시작했던 일인데.. 가족들은 걱정돼서 말렸지만 결국 이렇게......"

강남 한복판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23톤 화물차에 깔린 큰 사고로 배달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지 사흘째, 선릉역 사고 현장에는 동료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추모 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과 빈소를 찾아 가족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흔셋 젊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가족들의 허망함, 남일 같지 않은 사고를 마주한 동료들의 걱정과 불안 앞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많은 분들께서 저와 같이 안타까운 심정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두의 마음이 같지는 않은가 봅니다.
고인이 소속된 업체 ‘배달의민족’은 당초 장례비용을 지원하며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가 태도를 바꾸어, 일정금액의 조의금을 지불할테니 받을지 말지 결정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유족들은 진심어린 위로는 못할망정 적선하듯 던지는 돈은 받을 가치도 없다며, 배달의민족에서 보낸 화환을 바깥으로 치워버렸습니다. 사고가 나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플랫폼 업체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불합리한 계약 구조가 낳은 비정한 장면입니다.

인터넷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 역시 유족과 동료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냅니다.
언론보도만으로는 정확한 사고 정황을 알 수 없는데도 추측성 말들을 쏟아내며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들 전체를 폄하하고 매도하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외식조차 자유롭지 못한 지난 1년 반, 집안에 발이 묶인 사람들과 텅빈 매장을 지키는 자영업자들의 숨구멍을 틔워준 것이 바로 배달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배달을 이용하면서도, 때로는 폭주족처럼, 때로는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말과 글에 노동자들은 상처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번쩍배달이냐, 치타배달이냐.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속도 경쟁은 라이더(오토바이 배달원) 확보 경쟁으로 이어져 30만명이 넘는 라이더 노동자가 배달 플랫폼 업체에 등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업체들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진행하지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도 않았고, 심지어 오토바이 보험가입 여부조차 따지지 않는(쿠팡이츠의 경우) 등 라이더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이었습니다.
얼마 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 10명 중 9명은 유상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사고가 나도 온전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가 가정·업무용 오토바이 보다 10배나 비싼 탓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달부터 노동조합이 나서서 서명운동을 벌이며 배달공제조합 설립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플랫폼업체 소속이든, 개인사업자이든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할 권리는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몫입니다.
나날이 변해가는 노동 형태에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 그로 인해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진보당이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찾기에 나서겠습니다.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곁에 늘 함께 하겠습니다.